부부동성제도 – 일본의 특수한 혼인 제도

부부동성제도는 결혼 후 남편과 아내가 같은 성(姓)을 쓰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특히 일본에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오늘은 부부동성제도의 역사적 배경과 법적 쟁점,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부부 성씨 제도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1. 일본의 부부동성제도와 법적 근거

현재 일본의 민법 750조는 부부동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호적법 74조는 부부 중 한쪽의 성씨 변경을 혼인신고의 필수적인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혼할 때 반드시 한쪽이 성을 바꿔야만 법적으로 혼인이 인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부동성제도의 역사적 배경

일본에서 부부동성제도가 제도화된 시점은 메이지유신 시기입니다. 이전까지는 귀족 등 특권층에만 허용되었던 성(姓)이 일반 국민에게까지 확대되었고, 1898년에는 아내가 남편 쪽 성을 따르도록 하는 민법 규정이 제정되었습니다.

메이지유신이란? 19세기 후반 일본의 메이지 천황 시대에, 에도 막부를 무너뜨리고 중앙 집권 통일 국가를 이루어 일본 자본주의 형성의 기점이 된 변혁의 과정을 말합니다. 시기는 1853년~1877년 전후로 보고 있습니다.

1947년에는 민법 개정을 통해 부부 중 한쪽의 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현재까지도 일본에서 결혼한 부부의 약 95%가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법률상 선택의 자유가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 관습과 문화적 압력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 부부동성제도의 합헌성 논란

부부동성제도에 대한 법적 논란은 지속되어 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성을 바꾸도록 하는 것은 권리침해이며 실질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으로 위헌소송이 제기되었지만, 2015년 12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해당 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더 최근인 2023년 6월 23일에도, 일본 최고재판소는 혼인 신고 시 부부 중 어느 한쪽의 성씨를 따르도록 규정한 민법이 “사회적으로 이미 정착된 제도”라며 다시 한번 합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부부동성제도는 두 차례에 걸쳐 합헌 판결을 받은 셈이 되었습니다.


3. 세계 각국의 부부 성씨 제도 비교

미국: 증가하는 ‘루시 스토너’

미국의 경우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는 여성의 비율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전에는 14%였던 이 비율이 2010년대에는 22%까지 증가했습니다. 재닛 옐런 전 연준의장과 셰릴 샌드버그 전 페이스북 COO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처럼 결혼 후에도 자신의 성을 유지하는 여성들은 19세기 여성인권운동가인 ‘루시 스톤’을 기리기 위해 ***’루시 스토너’***라고 불립니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과 직업적 연속성을 중요시하는 현대 미국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중국: 사회주의 원리에 따른 부부별성

중국은 흥미로운 변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1929년 난징 국민정부 민법에는 “부인은 본성 앞에 남편 성을 붙인다”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인 1950년, 중국 혼인법은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원리에 따라 “부부는 각자 자신의 성을 쓸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하였습니다. 이로써 중국에서는 부부별성 원칙이 법적으로 확립되었습니다.

한국: 법적 규정 없이 유지되는 부부별성 전통

한국의 경우는 더욱 특별합니다. 민법상 부부동성에 관한 내용이 전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계혈통주의에 따른 성 불변의 원칙이 자연스럽게 “부부별성” 관행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미국 타임즈에서는 이러한 한국의 상황을 “법 규정이 없는데도 여성들이 결혼 전 성을 유지하는 관습이 있다”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독특한 가족 문화와 전통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부부동성제도의 현대적 의미와 전망

한중일은 지리적으로는 가까우나 부부의 성씨 제도에 있어서는 미세하게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국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가치관,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의 젠더 평등에 대한 인식 차이를 반영합니다.

부부동성제도는 단순한 법적 규정을 넘어 가족 구성의 정체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 그리고 개인의 권리와 전통적 가치 사이의 균형에 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집니다. 앞으로 각국의 제도가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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